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부분은 가격안정형 디지털 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볼지, 투자성 자산의 한 갈래로 볼지입니다. 이 판단에 따라 감독 기관의 역할, 발행 요건, 준비자산 기준이 크게 달라집니다. 2025년 이전 공개된 한국은행 지급결제보고서와 국제결제은행 자료를 종합하면, 각국 논의의 공통 축은 기술 혁신보다 상환 안정성과 금융시스템 충격 관리에 더 가깝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용자 보호법 이후 다음 단계 제도로 발행과 유통을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원화 연동형 가격안정형 디지털 자산이 허용될 경우, 은행 예금 대체 가능성, 지급결제 수수료 절감, 거래소 중심 유통 확대가 함께 논의됩니다. 그래서 2026년 법안의 쟁점은 단순 허용 여부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부과할 것인지에 집중됩니다.
왜 발행 주체가 가장 큰 쟁점인가
발행 주체 문제는 시장 진입 문턱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원천을 어디에 둘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은행이 발행하면 기존 건전성 규제와 감독 체계를 활용할 수 있어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반면 혁신 속도와 서비스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느릴 수 있습니다.
비은행 사업자가 참여하면 결제 혁신과 서비스 확장이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준비자산의 보관, 회계 분리, 상환 청구 절차, 부도 시 우선 변제 구조를 더 촘촘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결국 법은 발행 자유보다 실패했을 때 이용자 자산을 어떻게 보호할지부터 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형과 비은행형 모델은 어떻게 다른가
국내 논의는 크게 은행 중심, 비은행 허용, 혼합형 모델로 나뉩니다. 은행 중심 모델은 금융안정과 감독 효율에 강점이 있고, 비은행 허용 모델은 경쟁 촉진과 서비스 혁신에 장점이 있습니다. 혼합형은 일정 자본금과 전산 통제, 외부감사, 준비자산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아래 표는 시장에서 자주 비교하는 핵심 차이를 간단히 정리한 것입니다.
항목 은행 중심 모델 비은행 허용 모델
| 신뢰 기반 | 기존 금융규제 활용 | 별도 인가와 감독 필요 |
| 혁신 속도 | 상대적으로 느림 | 상대적으로 빠름 |
| 이용자 보호 설계 | 기존 체계 활용 가능 | 추가 안전장치 필수 |
| 준비자산 관리 | 감독 일원화에 유리 | 분리보관과 공시 강화 필요 |
| 정책 부담 | 통화·예금 영향 관리 용이 | 시장 확산 시 부담 확대 가능 |
표에서 보듯 핵심은 어느 쪽이 무조건 우월하냐가 아닙니다. 결제 혁신을 넓히려면 비은행 참여가 필요할 수 있지만, 대규모 유통을 허용하려면 은행 수준의 통제장치가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법안은 둘 중 하나만 택하기보다 단계적 허용 구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준비자산과 상환 규정이 사실상 법의 중심입니다
가격안정형 디지털 자산은 이름보다 상환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이용자가 언제든 액면가에 가깝게 바꿀 수 있어야 가격안정성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준비자산은 현금, 예금, 단기 국채급 자산처럼 유동성과 안전성이 높은 자산 위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규제 방향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준비자산의 분리보관입니다. 둘째, 정기 공시와 외부 검증입니다. 셋째, 발행 중단이나 대량 환매 상황에서도 상환이 지연되지 않도록 유동성 기준을 두는 것입니다. 해외에서 문제가 된 사례들도 대부분 기술 실패보다 준비자산 신뢰 훼손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보면, 법의 무게중심은 발행 허가보다 준비자산 관리에 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형 규제는 어디로 갈 가능성이 큰가
국내 제도는 전면 자유화보다 제한적 허용에 가까울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행은 디지털 지급수단 확산이 통화정책과 지급결제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꾸준히 점검해 왔고, 정부와 국회도 이용자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을 우선 과제로 다뤄 왔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초기에는 소수 인가 사업자 중심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발행 인가, 준비자산 기준, 상환 의무, 공시 의무, 불공정거래 방지, 유통사업자 책임이 묶여 설계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거래소 상장과 결제 사용처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 금융상품인지 결제수단인지 경계가 흐려질 수 있어, 유통 단계 책임까지 별도로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발행만 규제하고 유통은 느슨하게 두는 방식은 채택되기 어렵습니다.
2026년 체크포인트와 투자자가 아닌 이용자 관점의 정리
2026년 이 법을 볼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누가 발행하는가, 준비자산은 무엇으로 보유하는가, 이용자는 언제 어떻게 상환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이 세 가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름이 아무리 안정적으로 보여도 실제 위험은 낮아지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방향은 혁신 허용 자체보다 신뢰 가능한 발행 구조를 만드는 데 맞춰질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제도가 구체화되면 은행 예금과의 관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씨비디씨와의 역할 구분, 민간 결제수단 경쟁 구도도 함께 중요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이슈는 새로운 투자 소재보다 차세대 결제 인프라의 설계 문제로 이해하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